우울한 황금의 시대를 사는 우리들의 자화상

이동권 기자 suchechon@voiceofpeople.org

최종업데이트: 2011-10-21 19:49:55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을 꿰뚫는 최금진 시인의 두번째 시집 '황금을 찾아서'가 출간됐다.ⓒ 민중의소리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을 꿰뚫는 최금진 시인의 두번째 시집 '황금을 찾아서'가 출간됐다.

이 시집은 제1회 오장환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 최금진 시인이 가난하고 소외받은 사람들의 궁핍한 삶의 모습을 특유의 상상력과 이미지로 그려내고 있는 수작.

이 시집은 사소한 일상에서 현실의 문제를 끄집어내는 섬세하고 사유 깊은 시선은 독자들의 공감의 폭을 넓히고 울림을 자아낼 것이다.

나에게도 금광이 있으면 좋겠다
금지옥엽 길러서 금의환향하는 자식 생각과
적어도 금전 걱정은 없어야겠다는 새해의 새로운 각오를 파묻어둘
토요일마다 로또방을 기웃거리지 않아도 좋을
은율, 재령, 남아프리카공화국 그리고 엘도라도
감나무에 걸리는 햇살, 그 아래로 사금이 줄줄 흘러내릴 것 같은
(…)
일생에서 한번만 더 길몽을 만난다면 나도 아버지처럼 노름이나 배울까
금값이 올랐다는 뉴스를 보면 억울하고 또 반갑다
내일은 토요일, 복권은 여덟시 반까지 팔고, 일주일은 그렇게 그냥 가고
저녁별들은 황금빛을 쩔렁거리며 빛난다

'황금을 찾아서' 중에서

사는 건 줄기차게 도망을 하는 것이다, 우리 가문의 가훈이다
할아버지는 제 몸뚱이 하나만 달랑 지고
술항아리 속으로 달아나 가랑잎배 한 척 띄우다 가셨다
바람 빠진 바퀴와 녹슨 체인 소리를 내며 한강이 흐르는 서울
의식주가 아닌 식의주여야 하는 까닭을 깨닫느라
단벌 신사복 하나로 살아온 아버지는 항상 징그러웠다
월 이십짜리 셋방과 붙어먹은 후에 어머니는 서둘러 나를 낳고
사는 게 늘 팔차선 도로를 횡단하는 것 같았다고
재빨리 등을 보이는 버릇, 수준급이다
바닥까지 곤두박질쳤지만 우리는 바닥을 붙잡고 늘어졌다
해고, 실업, 복수 따위의 낱말들을 타고 다니며
우리 가족은 그렇게 벌레가 되어갔다

'바퀴라는 이름의 벌레' 중에서


시인은 ‘황금’의 논리가 절대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현실에서 연명하다 끝내는 절망하거나 죽음을 맞는 이들의 남루한 삶을 핍진하게 그려내지만 그러한 구차함은 시인의 최종 목표가 아니다.

시인이 담아내는 '더러운 바닥'의 풍경은 동시에 어떤 처절한 '아름다움'을 풍긴다. 시 안에서 현실의 고통을 고스란히 끌어안고 암울한 삶을 살아가는 자들의 기묘한 아름다움을 끌어낸다. 그러면서 시인은 독자들에게 저 고통의 현실이 실은 그 삶과 싸우는 이로서의 실존을 더욱 두텁게 하고야 마는 반작용과 마주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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