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울려퍼진 '박근혜 퇴진', 프랑크푸르트 촛불과 아리랑

독일 프랑크푸르트 브로크하우스 분수대에서 지난 20일(현지시각) 교민과 유학생들의 주최로 '부정선거 규탄·박근혜 정권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사진은 브로크하우스 분수대 오른쪽 부분.ⓒ 제공 : 김도훈

독일 프랑크푸르트 브로크하우스 분수대에서 지난 20일(현지시각) 교민과 유학생들의 주최로 '부정선거 규탄·박근혜 정권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우리 고국이 안녕하지 못해 우리 유학생들도 안녕하지 못합니다"라는 푯말을 들고 있다.ⓒ 제공 : 김도훈



부정선거와 국정원 여론조작 사건으로 얼룩진 지난 대통령 선거 1주년을 전후하여 전세계 재외동포들이 곳곳에서 집회를 하고 있는 즈음 20일에서 열린 프랑크푸르트 집회에는 오래된 민주활동가과 이들의 존재에 대해서도 알지 못하는 젊은 청년 학생들이 한 자리에 만나 박근혜 퇴진을 촉구했다.

이 날 촛불집회에는 오월민중항쟁 이후 33년동안 빠짐없이 민중제를 열어온 민주 파독간호사, 민주 광원노동자들과 원불교와 개신교 성직자들이 베를린과 중부지역과 남부 레겐스부르크 등지에서 달려오고 인근 각지의 청장년들이 함께하여 모두 70여 명이 참여했다.

이 중에는 두 시 반에서 다섯 시 반까지 세 시간 동안 내내 분수대를 둘러 플래카드를 들고 서 있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일정상 잠시 다녀가는 이들, 회사, 학교 혹은 그외 일을 마치고 뒤늦게 합류하는 이들도 있었다.

대림절 시장의 찬란한 불빛과 창백한 분수대 사이에 선 참가자들은 부정선거와 국정원 사이버 여론조작과 드러날 대로 드러났으니 박근혜는 물러나고 재선을 바로 실시하라는 것을 집중적으로 요구했다. 정치성향은 보수에서 진보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 프롤로그 -

집회에 앞서 벌써 집회참가자들을 반겨주는 이들이 있었다. 촛불집회에 반대하는 한인회 사회 유지급 인사들은 집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국론분열하는 종북세력> 등의 구호가 적인 팻말을 들고 무리지어 분수대 주변을 서성였지만 경찰에 의해 저지되고 마이차일 백화점 앞으로 쫓겨났다.

브로크하우스 분수대를 집회장으로 확보할 수 없었던 노인들은 분수대에서 가까운 마이차일 백화점 앞에서 큰 소리 나는 집회를 잠시하고 일찌기 해산하였다. 해병전우회 모자를 쓴 할아버지는 다시 길을 잃고 방황하며 촛불집회장 부근을 끊임없이 배회하기도 하고 집회참가자에게 시비를 걸기도 하였으나 절대적 충돌을 피하려는 의지를 공유한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웃음으로 대응하였다.

집회날 나흘 전부터 해병전우회, 재향군인회, 고엽제전우회, 간호협회 회원들이 광산촌이 많은 중부지역에서 대거 버스를 타고 프랑크푸르트로 갈 것이며 거기서 집회참가자들에게 폭행을 하는 불상사도 있을 것이라 염려하는 내부제보자들의 정보가 있었다.

하지만 버스 두 대라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었고, 버스 한 대에 50여 명 뿐이었다. 맞불집회 참가 내부고발자의 제보를 촛불집회 주최측이 전달한 이후 경찰은 비상시 투입할 경찰력 30명을 준비하였으나 이를 투입시킬 필요없이 집회는 무난히 마무리되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브로크하우스 분수대에서 지난 20일(현지시각) 교민과 유학생들의 주최로 '부정선거 규탄·박근혜 정권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린 가운데 집회에 반대하는 교포들의 항의도 있었다.ⓒ 제공 : 김도훈

독일 프랑크푸르트 브로크하우스 분수대에서 지난 20일(현지시각) 교민과 유학생들의 주최로 '부정선거 규탄·박근혜 정권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린 가운데 집회에 반대하는 교민들이 항의를 하고 있다.ⓒ 제공 : 김도훈



- 국론분열세력은 누구 -

독일원불교 사회개혁교무단 이윤덕 교무는 집회를 여는 강론에서 "조국의 대통령 사퇴를 해외에서 요구해야 하는 참으로 참담한 마음"을 밝히며 국정원을 비롯하여 조직적 관권 선거개입이 있었고 또 지난 국정운영 1년이 대화와 타협에 기반을 둔 정치가 아니라 무조건 따라오라는 일방통치로 바뀐 점을 들어 "이제 대통령 사퇴만이 더이상의 국론분열과 국민적 고통을 없애는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한민족유럽연대의 이종현 선생은 한국에서는 중학생들조차 "안녕들하십니까" 하는 물음에 안녕하지 못하다고 대답을 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는 한편 지난 1년간 쌍용, 밀양, 철도노조 파업, 이석기의원내란음모 조작사건, 통합진보당 해산작전 등 공안탄압이 이어지는 국내현실을 개탄하며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는 국내여론에 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조국의 평화와 번영"을 바라는 해외동포의 입장에서 부정선거의 원흉이며 남북갈등을 조장하는 현정권을 퇴치가호 지난 정상들이 합의한 6.15와 10.4 선언을 실행하도록 매진할 것을 촉구했다.

동아시아 선교회 전 의장이자 오월민중항쟁 당시 푸른 눈의 사진사 힌츠페터가 광주로 들어가 광주의 참상을 세계로 알리게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파울 슈나이스 목사도 참석하여 한국에서 민주주의의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는 것이 무척 안타깝다고 하며 민주시민의 힘으로 이를 막아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집회마무리 무렵에 등장한 대학생들은 의료민영화의 문제 등을 언급하며 안녕하지 못한 현실을 고발했다.

최영숙 한민족 유럽연대 의장, 김진향 6.15 공동선언실천 유럽위원회 공동대표, 이영우씨, 오복자 전 민노당 유럽위원회 위원장 등 오래된 민주 파독간호사 왕언니들은 70 고령이 무색하게 풍물을 울리고 노래를 선창하는 등 말그대로 노익장을 과시했다.

이응로 화백의 조카이자 작년 3월까지 6.15 공동선언실천 유럽연대의 상임대표를 지낸 이희세 화백도 메일을 통해 주최측에 격려의 뜻을 전했다.

집회 후반부로 가서는 한민족유럽연대 회원의 자녀들과 NRW 예수따르미의 정다니엘 목사가 앞으로 나와 독일어 선언문을 낭독하고 또 부정선거 사이버 스캔들에 대해 독일어로 설명을 했다.

집회장에 참여하지는 못하지만 여러 인사들이 격려의 뜻을 보내왔다. 남부지역의 어느 젊은 과학자는 물값으로 쓰라고 100유로를 송금하였으며 노동교실 박성식 대표, 교포사회에서 사업을 하는 K씨, 익명을 요구하는 여러 지지자들이 각지에서 성금을 보내왔다. 국내 독지가가 보내온 부정선거백서 판매금액과 식당에서 모자를 돌려 즉석에서 넉넉한 비용이 마련되었다. 집회 마무리까지 함께할 수 있었던 50여 명이 지하 와인켈러에서 크고 긴 탁자 셋을 채울 정도로 앉아 음료와 간단한 저녁식사를 나눌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외 기초경비를 채울 수 있었다. 60년대에 프랑크푸르트 대학에 유학한 유능한 물리학자였으나 동백림 조작사건으로 사형선고까지 받았던 고 정규명 박사의 미망인 강해순 여사는 노령에도 불구하고 백발을 휘날리며 집회의 처음부터 끝까지 참가했다.

학생들은 집회 내내 독일어로 된 선언문을 행인들에게 나누어 주며 국내의 사이버 스캔들에 관해 알려주기도 하고 또 의료민영화의 문제점을 발제하기도 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브로크하우스 분수대에서 지난 20일(현지시각) 교민과 유학생들의 주최로 '부정선거 규탄·박근혜 정권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사진은 브로크하우스 분수대 왼쪽 부분.ⓒ 제공 : 김도훈

독일 프랑크푸르트 브로크하우스 분수대에서 지난 20일(현지시각) 교민과 유학생들의 주최로 '부정선거 규탄·박근혜 정권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린 가운데 집회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서있다.ⓒ 제공 : 김도훈

독일 프랑크푸르트 브로크하우스 분수대에서 지난 20일(현지시각) 교민과 유학생들의 주최로 '부정선거 규탄·박근혜 정권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린 가운데 'NRW 예수따르미' 정참종 목사(왼쪽)와 서의실 목사(오른쪽)가 '불법부정선거'라고 적힌 플랑카드를 들고 있다.ⓒ 제공 : 김도훈

독일 프랑크푸르트 브로크하우스 분수대에서 지난 20일(현지시각) 교민과 유학생들의 주최로 '부정선거 규탄·박근혜 정권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제공 : 김도훈



- 폭넓은 연대 -

프랑크푸르트 촛불집회는 4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49제 행사를 개신교, 가톨릭, 원불교 삼종단 합동행사로 진행한 이윤덕 교무와 실무팀이 다시 3종단 행사를 추진하기 위해 준비하던 중 개신교와 가톨릭 성직자들이 함께해 주지 않은 상황에서 독일현지의 민주운동단체와 결합하여 구성했다. 이윤덕 교무는 <독일원불교 사회개벽교무단>의 단장이기도 하다.

4 년 전 49제 행사 주최는 행사 준비와 진행을 위해 구성된 <민주주의와 평화를 찾는 사람들>로 준비위 결성 당시 행사를 마무리한 후에는 해산하기도 결정하였기 때문에 이번 집회를 위해 다시 결합한 이윤덕 교무와 실무팀은 <제2차 민주주의와 평화를 찾는 사람들>로 이름을 붙였다. 이윤덕, 오복자 공동대표에 따르면, <제2차 민주주의와 평화를 찾는 사람들>은 이번 집회 후 해산하지 않고 계속 일을 해 나갈 것이라고 한다.

기존단체로서는 <한민족유럽연대>(의장 최영숙)와 <노동교실>(의장 박성식)이 단체 차원에서 주도적으로 결합하였으며 그외 다른 단체 활동가들도 적극적으로 함께하였다. 촛불집회 방해집회로 우려되는 버스동원에 관한 소문이 퍼진 후에는 중부지역에 있는 <노트라인베스트팔렌주 예수따르미> 서의실 목사, 정다니엘 목사가 함께하겠다고 하며 먼길을 달려왔다.

또 재독동포사회의 언론현실이 다소간 관보 차원을 벗어나기 어려운 언론환경이란 점에서 출발하여 이를 변화시키려는 의지를 지닌 몇몇 언론인들의 연결고리인 <재독동포 민주언론 네트워크>가 함께하였다.

독일 현지단체로는 동아시아 선교회 전 의장을 지낸 파울 슈나이스 목사의 추천으로 <동아시아 선교회>( DOAM = Deutsche Ostasienmission, Vors. Pfr. H. Albruschat, Berlin)가 공동주최자(Mitveranstalter)로 되었다.

조직이란 것에 대해 알레르기가 있는 무소속 자유인들도 정작 이 행사에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국정원 사이버 스캔들과 부정선거 이슈가 정치성향을 떠나 폭넓게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주최측에 따르면, 이번 집회를 계기로 참여단체들이 제출된 초안을 회람 검토하며 수정보완을 하였으나 오자 탈자 포함 수정을 거친 최종안의 최종채택과정이 마무리되지 않아 발표가 아직 보류된 상태이다. 선언문은 집회 참가안내에 포함된 집회취지문에 나온 대로 박근혜 사퇴 뿐 아니라 새누리당 해산 요구를 포함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아리랑>과 <촛불>로 집회를 마무리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브로크하우스 분수대에서 지난 20일(현지시각) 교민과 유학생들의 주최로 '부정선거 규탄·박근혜 정권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린 가운데 이윤덕 독일원불교 사회개벽단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제공 : 김도훈

독일 프랑크푸르트 브로크하우스 분수대에서 지난 20일(현지시각) 교민과 유학생들의 주최로 '부정선거 규탄·박근혜 정권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독일 현지 주민들에게 집회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제공 : 김도훈



- 이 말은 꼭 해야겠습니다 -

다음은 집회안내와 함께 발표된 집회취지문 전문.

‘대통령님! 이제 그만 하야하십시오.’ 이 말을 하면 절대 가만두지 않겠다고 하셨지만, 그래도 해야겠습니다. 말 나온 김에 하나 더 말씀 드리겠습니다. ‘대통령님을 대통령 후보로 내세운 정당도 해산하십시오.’ 이 말도 꼭 해야겠습니다.

이 글을 읽는 순간 펄쩍 뛰면서 뒷골을 잡을 지 모르지만, 이제부터 제가 이런 주장을 할 수 있는 이유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찬물 한잔 하시고 읽어 주십시오.

이곳 저곳 순방 다니시느라 신문이나 방송을 볼 시간이 없었겠지만, 그래도 조금만 눈 여겨 보셨다면 지금 나라 돌아가는 모양이 말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으실 것입니다.

그래도 모르신다면 제가 몇 가지만 알려 드리겠습니다. 선거기간에 불법적인 사건들이 터져, 선거가 끝나고 이를 검찰이 조사하려고 하니 검찰총장이 어줍잖은 풍문을 이유로 잘렸더군요.

밀양에서는 고압전선이 지나가는 것 자체를 반대하는 것도 아니고 단지 지하로 지나가게 해 달라고 했는데 그런 의견이 묵살되어 나이든 노인 분들이 이 추운 겨울에 손바닥만한 밭 하나 지키려고 떨고 계시고 절망감에 음독자살을 하신 분도 있다고 합니다. 그 뿐만 아닙니다. 절대 민영화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셨던 철도가 점점 민영화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고 수 십만 개로 보고된 일자리 창출은 사실 허위보고였답니다.

지난 총선거 때 10%의 지지를 받던 정당을 해산시키려고 하고 있고 그 정당 소속의 국회의원은 이미 구속되어 지금 재판 중이랍니다. 그런데, 그 재판에서 나온 증인들의 발언은 코미디라고 합니다. 하긴 천주교 신부님들이 종북 빨갱이라고 불리는 곳도 있다고 하니 뭐 그 정도는 그냥 쓴웃음의 소재거리 정도 되겠지요.

대통령님 그리고 대통령이 소속된 정당의 국회의원님들. 여러분이 이 나라의 발전과 장래를 가장 많이 생각하고 걱정하신다고 말씀하시지요. 우리 민초들은 모르는 어려운 일들을 하느라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고 생각하고 계시지요.

며칠 전에 ‘나라 발전에 관한 생각 외에는 다 번뇌’라는 말씀도 하셨지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 되시는 분들은 시대의 흐름을 읽고 국가의 장래를 준비하시는 분들이고 우리네 민초들은 그렇게 뛰어난 혜안으로 만들어 가는 국가대사를 신심을 다해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나 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저는 왜 여러분들이 그런 생각을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뛰어난 혜안을 가지고 계시고 비상한 머리를 가지고 계시는 대통령님과 국회의원님들은 부정한 방법으로든 아니면 정당한 방법으로든 선거를 통해 그 자리에 계시다는 것을 꼭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다 아시는 사실이라구요? 이런 사실을 다 아시면서 왜 그런 생각을 하십니까? 생각해 보십시오. 만약에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으로서 국가대사를 논하기 위해서는 우리 민초들보다 더 뛰어난 혜안과 높은 지식을 가져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더 많이 걱정해야 한다면, 다시 말해, 우리 민초들이 혜안이나 지식 측면에서 대통령님과 국회의원님들보다 못하고 열정도 없다면, 만약 그렇다면, 그 무지한 민초들이 무슨 수로 고명하신 분들을 알아 보고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으로 선출할 수 있겠습니까?

쉽게 얘기하면, 비전문가가 전문가들 중에 그들이 가지고 있는 전문지식을 평가하여 가장 적합한 전문가를 선출한다는 얘기가 되는데… 말도 안 되는 얘기죠.

이제 이해가 되십니까? 대통령님과 국회의원님들이나 저희 민초들이나 국가 발전과 장래를 생각하는 수준은 별반 다를 것 없이 다 거기서 거깁니다. 오히려 민초들이 더 나을 수 있죠. 저희 민초들은 대통령님이나 국회의원님들보다 개인적인 욕심이 덜하거든요. 그러니, 저희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을 선거를 통해 선출할 때는 그런 혜안이나 지식이 아니라 그저 눈치가 좀 빠른 사람이 누군지를 보고 뽑습니다.

지난 대선과정을 보면 이런 사실을 이미 알고 계신 듯 합니다. 다들 삶이 팍팍하니, 얼른 눈치보고 의료비며 노인 생활보조금을 국고에서 많이 지원해 준다고 약속하지 않았습니까? 물론 그 약속이 이미 폐기 처분하셨지만요.

우리 민초들은 대통령님과 국회의원님들이 국가의 발전과 장래에 크게 이바지하리라고 기대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지금 행사하시는 그 많은 권한과 권력을 준 적도 없습니다. 우리 민초와 비슷하거나 더 못한 수준으로 국가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무엇 때문에 우리가 그 많은 권력과 권한을 드리겠습니까?

약속을 어긴 것에 대해 국민들이 오해하고 있으니 잘 설명해 이해시키라구요? 이해시킬 필요 없습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이해해야 할 사람들은 오히려 대통령님과 국회의원님들입니다. 국론을 분열시키는 행위는 용납하지 않겠다구요? 용납하든 안 하든 그것은 우리 민초들이 판단할 문제입니다. 국가의 존립을 위협하는 정당은 해산되어야 한다구요? 국가 존립을 위협하는지 그렇지 않은지는 우리 민초들이 더 잘 압니다. 대통령님과 국회의원님들이 해야 할 일은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 민초들이 생각하는 바를 빠르게 눈치채서 법률이나 시행령으로 문서화 하는 것입니다. 나중에 하겠다고 약속하고 그 약속을 며칠 지나지 않아 뒤집어 버리는 못된 버릇을 없애기 위해 법률 형태로 문서화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씀 드리지만, 우리 민초들은 눈치가 빠른지 둔한지를 기준으로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겁니다. 그런데, 눈치가 있는지 없는지 판단하기가 여간 힘들지 않습니다. 천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잖습니까? 그러니, 우리 민초들은 여기저기 흘러 다니는 풍문이라도 듣고 선택할 수 밖에요. 그런데 말입니다. 지난 번 대통령 선거 때 그런 풍문을 의도적으로 국가기관을 활용해 퍼뜨렸더군요. 그것도 반은 거짓으로 반은 협박으로 구성된 풍문을 수 천 만 건이나 퍼뜨렸더군요.

이제 이해가 되시죠? 왜 대통령님께 사퇴하라 그러는지 그리고 그런 못된 짓을 공모한 소속 정당을 해산하라 그러는지 그 이유를 이제는 아실 것입니다.

노파심으로 한 가지 더 말씀 드립니다. 정말 노파심입니다. 혹시, 대통령님과 소속 정당이 해산되면 국가가 풍전등화의 위기를 맞을지 모른다는 걱정을 하고 계셔서 사퇴하라는 말에 그렇게 정색하신 것은 아니지요?

대통령님이 물러나고 그 소속 정당이 해산되면 갑자기 한반도가 전쟁상태가 된다거나 모든 국내외 자본들이 썰물 빠지듯 빠져나가 경제가 폭삭 망할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에 하야하시기 힘드시다면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앞에서 말씀 드렸지만, 우리 민초들이 대통령님이나 국회의원님들보다 시대의 흐름을 읽는 혜안이 그리 떨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좀 더 높다고 봅니다. 대통령님과 국회의원님들이 물러나면 우리 민초들은 눈치 빠르고 말 잘 듣고 약속 잘 지키는 사람을 선출하고, 뜻을 모으고 힘을 모아 국가의 틀을 제대로 다시 세우고, 이 나라에 전쟁이 아닌 평화가 영구히 지속되도록 적대시했던 사람들과 평화협정도 맺고, 양극화되어 있는 경제구조도 치유할 것입니다. 그러니, 물러나셔서 그리 고대하던 국가의 발전과 번영을 지켜보시면 됩니다.

다시 한번, 대통령님과 국회의원님들의 조속한 결단을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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